AI/에듀테크교학공

2024. 4. 3. 09:49소소한 일상

 교육청에서 학교내 AI에듀테크 교학공을 모집하는데 3명이면 팀을 구성할 수 있고 백만원씩 예산을 준다고 했다.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예산을 주는 경우는 없었다. 사실 주변에서는 디지털 교과서며 인공지능이며 난리지만 학교에는 너무 심할 정도로 이런걸 모르쇠로 일관하는 선생님들도 많아서 이렇게 학교 내에서 쉽게 교학공을 시작해보도록 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반가웠다.

그런데 한 학교에서 여러 팀을 만들어도 된다고 했다. 순간, 9명이 모일거면 세팀으로 나누어야 300을 받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한 학교에서 9명의 교사가 같이 모여서 연구하는게 나은지, 개별적으로 세명씩 따로 연구하는게 나은지 생각하면 선택은 전자이다. 뭐 대단한 전문가들은 수준별로 나누어서 소수로 모이는게 좋을수도 있겠지만, 수십명이 아닌 바에야 굳이 운영계획을 따로 세우고 분리할 일이 아니었다.

올해 새 학교를 왔더니 작년까지 에듀테크 유료는 한건도 구매한 적이 없다고 했고, 선생님들도 도구를 활용하는 분들이 아무도 없었다. 구글 클래스룸이 있는데도 간단한 구글 도구조차 쓰시는 분들이 많지 않고 기본적인 기능도 전혀 모르고 계셔서 좀 놀랐다. 세상이 온통 난리인데 여전히 학교는 이렇구나.... 생각해보니 도구를 쓸 필요가 없는 수업과 평가여서 그렇다. 3월 둘째주부터 공개수업을 해서 어떤 도구들이 학생의 참여와 소통을 지원할 수 있는지 시연하고, 방과후에 에듀테크 특강을 열어서 기본적인 것들을 실습했다. 소프트웨어 구입비나 심지어 교수학습자료 구입 예산도 따로 책정된 것이 없어서 연구부에 아쉬운 소리 해가며 클래스카드와 패들릿을 구매하고 계정을 공유해드렸더니 10여명 넘게 같이 쓰고 싶다고 했다.

에듀테크 교학공은 처음에 9명으로 시작해서 하나 둘씩 모여 16명이 되었다. 교장선생님이 결재를 하시다가 에듀테크 불모지에서 이렇게 많이 모이다니, 그리고 학교 생활을 힘들어하는 분까지 함께 하다니 많이 고맙고 든든하다 하셨다. 그리고 교장선생님들끼리 연구 모임에서도 에듀테크를 좀 알아야겠다고 올해 주제로 잡으셨는데, 우리 모임에서 강사를 초청할 때 같이 들어도 되겠느냐고도 하셨다.

본청에서 대표자 연수를 했는데, 인원 상관없이 동일 100만원 지급이란다. 한 학교에서 여러 팀이 신청한 학교들도 있는걸 안다. 팀을 쪼개서 예산을 더 받는 꼼수를 몰라서 안하는게 아니다. 셋보다 열이 모이는게 더 풍성한 나눔이 되는게 당연하고, 불필요하게 슬쩍씩만 바꿔 제출할 계획서와 보고서를 만드는 거짓을 행하고 싶지 않아서다. 인원수에 무관하게 예산을 배분하는건 너무 행정편의적 아닌가? 두세개 급간을 만들어서 인원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수고가 그리 어려운건가? 요즘 교육관련 국가 예산은 모조리 이쪽이라 예산은 많고, 집행은 쉽게 하고 싶으니 한 학교에서 여러 팀으로 지원하라는건가? 꼼수를 조장하는 행정.

터치교사단에 얼마나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터치교사단 연수 강사는 일반 강사비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는 것도 안다. 에듀테크 쪽으로 강사가 되길 열망하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교사들을 학교에서 하기 귀찮은 일들은 가능한한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자기 계발에만 열을 올린다며 교내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선생님들도 많다. 이들 사이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는 것도, 서로를 틀렸다고 바라보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다양한 사설 플랫폼 여기저기에서 에듀테크 강의로 매달 수백만원 이상씩 땡기는 교사들이 학생들 한명 한명과 상담하는데 시간을 들이고 싶을까? 그보다 정신없이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도구들을 하나라도 더 써보고 열과 성을 다해 자기를 홍보하는데 시간을 쓰고 싶지 않을까? 터치교사단을 비하하는게 아니다. 정책의 방향이 그 실행과정에서 올바로 구현되고 있는지, 현상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학교에 정년 3년 남은 학년 부장님은 3월 한달 내내 초근을 하셨다. 그 반에는 모든 담임이 피하고 싶어하는 중증 장애학생도 있고, 우리 학교 일짱도 있다. 중증 장애학생 학부모와는 하루도 빠짐없이 상의할 일이 생긴다. 어제는 노랑머리 일짱 학생이랑 자주 대화(상담 아니고 대화)하다 결국 작년에 내내 무단결석 대장이었더 그 녀석에게서 “저도 학교 졸업하고 싶습니다.” 라는 대답을 이끌어내셨다고 내게 자랑하셨다. 에듀테크가 뭔가요? 먹는건가요? 라고 하시는 그분도 교학공에 들어오셨다. 교사들의 디지털 역량강화는 Bottom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일부에게 예산을 집중할게 아니라. 꼴랑 백만원 주고 16명이 일년간 모여서 공부하라니. 화난다.

#예산배분_좀_합리적으로_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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