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진로영어 상반기 수업나눔

2023. 11. 13. 12:44일상 수업 이야기

1.수업 나눔의 의미

교직 첫해부터 30년의 교직 생활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다양한 형태로 수업공개를 해 왔지만 공개수업은 늘 어렵습니다. 오히려 경력이 짧았을 때는 제가 신나게 칼춤을 추는 수업이 잘하는 수업인줄 알고 무대를 즐기듯 수업공개를 했던 것도 같습니다. 아이들의 배움이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잘 배우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보다 제가 얼마나 창의적인 활동을 생각해내는지, 수업 장면에서 명쾌하고 아름답게 전달을 잘 하고 있는지 고민하면서 말이죠. 남들이 수업을 잘한다고 박수를 쳐주고, 경진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고, 그러면서 혼자 만족하는 영웅놀이를 해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경력이 늘어날수록 정말 좋은 수업은 제가 돋보이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잘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수업이라는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한없이 어렵습니다. 좋은 수업의 포커스가 교사에게 있다고 생각했을 때는 저의 수업기술만 개발하면 되었지만, 학생들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앞서가는 아이, 뒤쳐져 있는 아이, 점수에 목숨거는 아이, 성적 따윈 노관심이라는 아이, 무기력한 아이들이 하나 하나 눈에 들어오고, 그 다양한 층위의 아이들을 수업에서 어떻게 움직여야할지가 쉬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보다 본질적인 고민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입니다. 지금 제가 가르치고 있는 것이 정말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끊임없이 물어보는데, 늘 자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가르치고 싶은 것들이 현재 입시가 요구하는 기술들과 괴리가 있고, 그것에 대한 평가가 한줄 세우기인 상대평가인 현실은 매번 제 무릎을 꺽습니다.

“제 수업을 보러 오세요.”라는 초대가 점점 자신이 없습니다. 뭔가를 많이 준비하고 한 시간에 우겨넣어서 화려한 잔치를 준비했던 수많은 공개수업에서 수백명의 참관 선생님들의 찬사를 받았지만 그런 수업 후에 제게 남는 것은 피로감, 참관하신 분들이 배운 것은 일종의 자극과 몇가지 수업기법 외에 뭐가 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수업은 한 시간으로 보여지고 이해되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이 서로의 수업과 평가를 나누고 상의하고 상호코칭을 받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내가 발견하지 못하는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학생들이 더 잘 배우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우리는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왜냐하면 교사가 나태한 것은 교사 자신에게 해악을 끼치기보다 학생들의 미래에 해를 입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교사가 가장 최선의 방식으로 수업과 평가를 실행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믿는 것은 오만과 착각이겠지요. 완벽한 수업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수업을 나누는 것이 좋을까요? 한 시간의 수업을 ‘구경’하고 참관록에 예의상 찬사를 적어주고 끝내는 것보다 좀 더 깊이있는 수업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 학기 수업을 마쳤을 때 학생들에게 최종적으로 남는 것이 무엇이어야 하는지(학습성과, 성취기준), 그 최종 성취 목표를 도달했다는 증거가 무엇인지(평가 과업),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수업 중에 차근차근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수업 내용), 그 배움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때 가장 효과적인지(학습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을 적극적인 주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장치들이 필요한지(학생 주도성)를 함께 논의할 필요성 말이죠.

그래서 다소 긴 글을 드립니다. 제 수업을 공개해도 선생님들의 수업시간이 비지 않으면 참관하기 어렵고, 바쁜 일과 중에 어렵게 시간을 내어 한 시간 수업을 참관한다해도 선생님들께서 얻어가실 것이 무엇이 있을지 걱정입니다. 제가 더 이상 참관하실 선생님들을 위해 여러가지 도구와 기술을 보여드리는 수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서요. 제가 하고 싶은 수업은 제가 없는 시간에도 학생들이 스스로 읽고, 스스로 쓰고, 서로 상의하고 도와주면서 배울 수 있는 수업이거든요. Learn how to learn. 스스로 배우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려니 수업 중에 보여드릴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이 지루한 수업에 선생님을 초대하려합니다. 그리고 수업장면을 구경하러 오지 마시고,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건지 수업의 속을 들여다봐 주십시오. 사실 수석교사에게 수업공개는 일상의 업무이므로 별도의 공지가 필요없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언제든 제 수업을 참관하실 수 있습니다.

2. 2023 진로영어 백워드 수업 설계

바라는 학습 성과 진로영어라는 과목을 배웠을 때 학생들에게 최종적으로 남기를 바라는 것, 이것은 꼭 배울 수 있어야겠다 라고 제가 생각한 목표는 [자신의 직업 및 진로에 대한 계획서를 영문으로 작성할 수 있다.] 라는 성취기준이었고, 그것을 작성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시각자료를 활용해서 발표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과목의 성격과 목표, 다양한 성취기준과 해외 학생들은 Career English 라는 과목에서 무엇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학습 성과를 증명해 줄 평가 과업 1번의 목표에 따라 평가 과업은 영어로 CV(Curriculum Vitae. 기업 등에 제출할 본인의 능력 증명서. 본인의 교육, 경험, 기술, 역량 등에 대한 개조식 서류)와 Resume(영문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올해 진로영어 수업은 지필평가 없이 100% 수행평가로 진행하되, 지식의 암기와 이해를 소흘히하지 않도록 매단원의 어휘평가와 읽기과업을 촘촘하게 배치하였습니다. 진로선택 과목이 지필평가를 보지 않고 A,B,C 3단계 평가를 한다고 해서 쉽게 점수를 딸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지식 기억, 이해, 적용, 분석, 평가, 창조의 학습 단계를 고르게 배치한 평가를 실행합니다.

그 평가를 위해 배워야 할 수업 내용 다음과 같이 구성했으며, (1)~(3) 까지 3, 4월에 학습하고 Shadow Speech 라는 연설 따라하기 말하기 수행평가까지 마쳤습니다. 5월부터는 (4)번 교과서 Looking into the Future 단원과 이은 수행평가가 진행됩니다.

1) 21세기에 필요한 핵심역량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애니메이션 동영상 학습 Above And Beyond

2) 실패와 고난을 겪을 때 어떻게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유지하며 극복하는지, Grit,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에 대한 미셸 오바마의 연설 학습 후 쉐도우 스피치 수행평가 Michelle Obama's Best Advice For Students | How To Succeed In Life https://youtu.be/7_CIFBi4HIQ?si=c-JbV48w1ZTpJoQL


3) Tomothy Ferris 의 명언집 학습 from Discovering Myself to Creating Myself : 자신의 적성, 흥미, 능력을 찾는 단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의 중요성과 필요성
4) 교과서 3 단원 Looking into the Future 읽기 : AI, IoT, Robot, 미래 직업, 일자리, 근무환경의 변화에 대한 고찰
5) 초청 명사 특강 : Oracle, Amazon, Microsoft, Classting, Google 등 글로벌 탑 기업근무 경력의 멘토를 수업에 초대해 글로벌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배우고 질문하는 시간
6) Occupation Analysis Report : 관심분야의 직업에 대한 분석 보고서 작성(Gererative A.I. 활용)
7) Imaginary CV, Resume 작성 후 발표

Looking into the Future 단원 Master Plan

3. 3~4월 학생 피드백을 통한 수업 성찰

교과서 단원이 아닌 실제 영문 자료를 선별하여 활용한 수업이 학생들의 수준에 적합했는지,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설렘온실에서 크롬북을 활용한 수업에 대해 학생들이 생각하는 장단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더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설문을 받았습니다. 후반부 수업도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수업하려고 합니다.

4. 학급 소개 및 수업 시간 안내

진로영어가 두 반인데 A반은 늘 활기차고 본인의 생각들을 거리낌없이 나누고 소통을 잘 하는 반면, B반은 시작부터 끝까지 한번도 대답하지 않고 발표 자원자도 거의 없으며 아는지 모르는지도 내색하지 않는 냉랭하기 그지 없는 반입니다. 학업 의욕이 저조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기도 하고 또 성향이 그런 학생들이 모여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에듀테크로 응답을 받아보거나 과제로 제출한 내용을 보면 또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결과를 보이기도 하는데, 수업시간에 반응이 없으니 저혼자 떠들게 되고 자꾸
지치네요. B반 참관을 들어오시는 분들은 참관하시면서 대안을 함께 찾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진로영어 A 반 : 화 7, 수 3, 금 4 / 진로영어 B 반 : 월 6, 수 1, 목 4 이며 장소는 신관 4층 설렘온실 입니다. 언제든 들러주세요. 수업 전 후에 수업대화를 함께 나누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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